법인 설립과 세금: 인디 파운더가 반드시 알아야 할 돈의 구조
매출이 늘어날수록 세금이 무서워집니다. 모르면 당하고, 알면 지킵니다.
제품이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첫 달 매출 300만 원. 기쁩니다. 그런데 몇 달 후 세금 고지서를 받는 순간, 기쁨이 공포로 바뀝니다. "이걸 다 내야 한다고?"
인디 파운더의 대부분은 제품 만들기에 집중합니다.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업자 등록, 세금 신고, 법인 전환 타이밍을 모르면 벌어들인 돈의 상당 부분을 그냥 내놓게 됩니다. 세금은 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구조를 알면 합법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결정: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세요
아직 매출이 불확실하다면, 무조건 개인사업자로 시작하세요. 법인 설립은 나중 일입니다.
- 설립 비용 0원: 홈택스에서 10분이면 사업자 등록이 끝납니다. 법인은 등록면허세, 법무사 비용, 인지세 등으로 최소 50만~100만 원이 듭니다.
- 회계가 단순합니다: 간편장부 대상자라면 매출과 비용만 기록하면 됩니다. 법인은 복식부기가 의무이고, 세무사가 거의 필수입니다.
- 돈을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개인사업자는 사업 통장의 돈이 곧 내 돈입니다. 법인은 급여나 배당으로만 꺼낼 수 있습니다.
홈택스에서 사업자 등록할 때 업종 코드를 정해야 합니다. SaaS나 디지털 제품이라면 "정보통신업 >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722000)" 또는 "전자상거래업(525101)"을 선택하세요. 업종 코드에 따라 경비율이 달라지니 신중하게 고르세요.
부가가치세: 10%는 당신의 돈이 아닙니다
가장 많은 인디 파운더가 실수하는 부분입니다. 고객에게 받은 돈에 포함된 부가세 10%는 당신의 매출이 아닙니다. 국가가 잠시 맡겨둔 돈입니다.
월 매출 1,000만 원이면 부가세가 약 91만 원입니다(1,000만 / 1.1 × 0.1). 6개월 치를 한꺼번에 내야 하니 약 545만 원. 이 돈을 미리 따로 모아두지 않으면 신고 기간에 패닉이 옵니다.
- 일반과세자: 연 매출 8,000만 원 이상. 부가세 10%를 받고 내야 합니다.
- 간이과세자: 연 매출 8,000만 원 미만.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적용해 세금이 훨씬 적습니다.
- 실전 팁: 사업 통장과 별도로 "세금 통장"을 만드세요. 매출이 들어올 때마다 10%를 자동이체로 옮기면 신고 기간에 당황하지 않습니다.
매출 통장에 1,000만 원이 찍혀 있어도, 당신의 진짜 매출은 909만 원입니다. 나머지 91만 원은 세금입니다. 이것을 구분하지 않는 순간, 현금 흐름이 무너집니다.
종합소득세: 세율 구간을 모르면 벌어도 남지 않습니다
개인사업자의 소득세는 누진세 구조입니다. 벌면 벌수록 세율이 올라갑니다. 현행 종합소득세율은 8단계입니다. (2023년 귀속분부터 적용, 2026년 현재 동일)
- 1,400만 원 이하: 6%
- 1,400만~5,000만 원: 15%
- 5,000만~8,800만 원: 24%
- 8,800만~1억 5,000만 원: 35%
- 1억 5,000만~3억 원: 38%
- 3억~5억 원: 40%
- 5억~10억 원: 42%
- 10억 원 초과: 45%
누진공제: "1억 벌면 35%를 다 내나요?"는 착각입니다
많은 사람이 이렇게 오해합니다. "과세표준이 8,800만 원을 넘으면 소득 전체에 35%가 적용되는 거 아닌가?" 아닙니다. 누진세는 구간별로 다른 세율이 적용됩니다. 8,800만 원을 넘긴 초과분에만 35%가 붙는 것이지, 처음부터 모든 소득에 35%가 적용되는 것이 아닙니다.
과세표준 1억 원인 경우를 계산해 봅시다.
- 1,400만 원까지: 1,400만 × 6% = 84만 원
- 1,400만~5,000만 원: 3,600만 × 15% = 540만 원
- 5,000만~8,800만 원: 3,800만 × 24% = 912만 원
- 8,800만~1억 원: 1,200만 × 35% = 420만 원
- 합계: 1,956만 원 (실효세율 약 19.6%)
누진공제를 사용하면 더 간단합니다. 1억 × 35% - 1,544만 = 1,956만 원. 결과는 같습니다. 누진공제액은 구간별 계산을 한 번에 처리해주는 숫자일 뿐입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1억을 벌었을 때 세금은 3,500만 원(35%)이 아니라 1,956만 원(약 19.6%)입니다. 여기에 지방소득세 10%를 더하면 약 2,152만 원. 실제 세후 소득은 약 7,848만 원입니다. "세금 35%"라는 공포감보다 현실은 훨씬 낫습니다. 물론 소득이 올라갈수록 실효세율도 함께 올라가므로, 이 구간부터 법인 전환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법인 전환 타이밍: 연 소득 5,000만 원이 신호입니다
법인의 법인세율은 개인소득세보다 낮습니다. 2026년 기준으로 2억 원 이하 구간은 10%, 2억~200억 원 구간은 20%입니다. (2025년 대비 각 1%p 인상) 개인사업자의 24~35% 구간과 비교하면 여전히 차이가 큽니다.
하지만 법인은 돈을 꺼내는 순간 또 세금이 붙습니다. 급여로 꺼내면 소득세, 배당으로 꺼내면 배당소득세. 법인은 "절세"가 아니라 "과세 이연"입니다. 세금을 안 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내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법인이 유리한 이유가 있습니다.
- 급여 설계로 세율 조절: 월 급여를 적절히 설정하면 개인 소득세 구간을 낮출 수 있습니다.
- 경비 처리 범위 확대: 업무용 차량, 사무실 임대료, 장비 구매 등을 법인 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 투자 유치 가능: 나중에 투자를 받거나 매각을 고려한다면 법인이 필수입니다.
- 신뢰도 향상: B2B 거래에서 법인은 개인사업자보다 계약이 수월합니다.
연 소득 5,000만 원 이하라면 개인사업자로 충분합니다. 5,000만~8,800만 원 구간이면 세무사와 상담하세요. 8,800만 원을 넘겼다면 법인 전환을 미루지 마세요.
인디 파운더의 절세 체크리스트
세무사를 쓰더라도 기본은 알아야 합니다. 세무사는 당신의 사업을 모릅니다. 어떤 비용이 사업과 관련 있는지는 당신만 압니다.
- 사업용 신용카드 등록: 홈택스에서 사업용 카드를 등록하면 매입세액 공제가 자동 반영됩니다. 개인 카드로 결제하면 증빙이 어렵습니다.
- 노트북, 모니터, 소프트웨어 구독: 사업에 사용하는 장비와 서비스는 전액 경비 처리됩니다. AWS, Vercel, Figma, ChatGPT Plus 구독료도 포함됩니다.
- 홈오피스 비용: 자택을 사업장으로 등록하면 임대료, 통신비, 전기료의 일부를 경비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 교육비와 도서 구입비: 사업 관련 온라인 강의, 컨퍼런스, 기술 서적 구입비도 경비입니다.
- 노란우산공제: 소기업·소상공인 퇴직금 제도입니다. 연 최대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됩니다. 인디 파운더에게 거의 필수입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정산: 한국 시장의 특수한 함정
한국에서 디지털 제품을 팔면 PG사(결제대행사) 정산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페이먼츠를 통해 결제를 받으면 PG 수수료가 매출에서 차감된 후 정산됩니다.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세금은 PG 수수료 차감 전 총 매출 기준으로 계산됩니다. 고객이 10,000원을 결제하고, PG 수수료 3.3%가 빠져서 9,670원이 정산되어도, 세금은 10,000원 기준입니다. PG 수수료는 별도의 매입 비용으로 처리해야 합니다.
해외 결제(Stripe, Paddle)를 사용하는 경우 환율 차이와 해외 매출 신고도 신경 써야 합니다. 글로벌 SaaS를 운영한다면 부가세 면세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세요. 해외 고객에게 판매하는 용역은 영세율(0%)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세무사는 언제 쓰나: 연 매출 4,800만 원이 기준입니다
연 매출 4,800만 원 이하이고 간편장부 대상자라면 직접 신고해도 됩니다. 홈택스의 종합소득세 신고 화면은 생각보다 친절합니다.
하지만 매출이 4,800만 원을 넘거나, 경비 구조가 복잡해지면 세무사를 쓰세요. 세무사 비용은 월 10만~20만 원 수준입니다. 이 비용으로 절세할 수 있는 금액이 훨씬 큽니다. 특히 법인 전환 시에는 세무사 없이 진행하면 안 됩니다.
세금은 인디 파운더가 가장 싫어하지만 가장 알아야 하는 주제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시간만큼 돈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도 시간을 투자하세요. 세금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탈세가 아니라, 구조를 아는 것입니다.